사랑하는 주사랑 가족들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부족한 저희 부부를 캄보디아에 보내 주신지도 8개월여가 지났습니다... 8개월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은 분명 아니겠지만 30년 넘게 한국에서만 살아온 저희 부부가 캄보디아스러워지기에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 듯합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모적인 부분은 이미 준비되어있었다는 것이죠...)

지금 저희 부부는 프놈펜에서 언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왕립프놈펜대학교에서 운영하는 IFL에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1년 과정이며 4쿼터로 나뉘어 진행되고 다음 주면 1쿼터를 마치게 됩니다. 현재수준은 그림인줄만 알았던 그것이 이 나라의 글자였구나를 깨달은 정도랍니다.

캄보디아에 도착해서 5개월은 바탐방에서 생활하며 신학교에서 음악수업을 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한국어가 조금되는 여학생이 통역을 하면서 진행을 했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이론들과 찬양들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비록 생각한 것만큼 수업이 진행되어지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의 열정은 참 뜨거웠습니다.

특히 박수를 치며, 책상을 두들기며, 아멘을 외치는 그들의 찬양은 그 자체가 예배였습니다.

그렇게 1쿼터수업을 마칠 때쯤 저에게 이상과 현실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조그마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캄보디아로 파송받을무렵부터 시작해서 바탐방 신학교에서 음악수업을 하면서 제가 심심치 않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음악수업은 말이 안통해도 크게 문제될 것 없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음악은 We are the World..(?????) 아....네.....(그저 웃지요...)

도레미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말이 안통하면 어떤 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할까요?

그냥 눈웃음한번 날려주면 알아서 이해할는지..

다행히 아쉬운 대로 통역되는 친구가 있어 저는 그 친구에게 눈웃음을 끊임없이 날리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이 친구가 수업에 빠지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역을 위해 등장한 또 다른 학생.

아!...이 친구는 남학생입니다..제 눈웃음이 먹힐 것 같지가 않네요...

더군다나 평상시에도 한국말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어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할 것인지 참 앞이 깜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날 수업은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과연 제 눈웃음은 남학생한테도 통한 걸까요?

저는 그날 수업에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간단한 한국어 대화도 불편했던 이 친구는 제가 한마디를 하면 혼자 열 마디를 했습니다.

어? 이 녀석 무슨 말이 이렇게 많은 걸까?

하지만 저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그날 수업은 제가 한 것이 아니고 그 친구가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프놈펜에서 언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저의 한마디를 그 친구는 어떤 식으로 열 마디로 풀었는지 너무 궁금하니까요.

이만 선교편지를 줄이려합니다.

처음 써보는 선교편지인지라 참 막막했습니다.

뭐 한 것도 없기에 할 말도 없고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파송되어온 자가 그냥 학교 잘 다니고 있다고만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사랑하는 주사랑 가족 분들께 연애편지 쓰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저희부부가 조금씩 선교사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일부터는 일주일간 저희가 섬기고 있는 프놈펜한인교회에서 새벽기도 반주를 해야 합니다.

조금 전에 전화 왔네요. 대타 좀뛰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려합니다.

그럼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네요.

끝으로 저희부부의 기도제목 올립니다.

언제나 승리하는 주사랑 가족 여러분 되세요.~~~~~파이팅입니다~~~~~!!!

○ 기도제목 ○

1. 주님 주시는 지혜와 명철로 언어공부 잘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2. 주의 자녀로서 특히 선교사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3. 저희 부부에게도 새 생명의 축복을 허락해주세요.

4.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과 가정이 화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5. 강주가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쑥쑥 자랄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