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의 슬픔

푸르게 자라던 잔디밭

밤에는 고슴도치가 나와

달빛을 받고, 지렁이가 긴 한숨을 내쉬던 정원,

잔디 사이로 피어있던

키 작은 바풀꽃, 바랭이꽃,

흰색, 자주색 ... ... 나비와 벌이 찾아오던 터전

주일날 오후에 돌아오니

잔디밭은 황량한 광야

기계의 무자비한 칼날에 목이 잘려 나갔다

잔디들의 신음소리

아우성 소리를 듣는다

아침이면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 친구들을 잃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잔디 잎 끝자락에 맺힌 옥구슬 같은 이슬이

생명을 연출하던 그 장엄함을 볼 수 없다

차마

이슬의 아름다움을 깨고 싶지 않아

잔디밭만 바라보던 아침이 그립다

<詩作노트>

그러나 이상하다

잘려나가 그 자리에서

향긋한 사랑의 냄새가 난다 십자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