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의 1층에는 ‘병희’라는 이름의 화가가 경영하는 화실이 있었는데, 같은 건물의 3층에 새로 이사 온 여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늘 아기를 업고 계단을 오르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가는 그녀가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외눈이 아닌 듯한데,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늘 한쪽 눈을 꼭 감고 마치 시각 장애인처럼 더듬으며 걷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별 이상한 습관을 지닌 여인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이 여인이 비를 피하기 위해 화실에 들어와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그 여인이 업고 있는 아기의 오른쪽 눈이 흉하게 감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직후 질병으로 인해 실명을 했다고 합니다. 화가는 여인의 이상한 습관이 이해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인은 화가에게 아기의 사진 한 장을 내놓으면서 이런 부탁을 하더랍니다. “화가 선생님, 이 아가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줄 수 있나요?” 가능하다고 했더니 그녀가 이렇게 묻더랍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우리 아가의 오른쪽 눈을 정상으로 예쁘게 그려줄 수 있으세요?” 엄마 된 여인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그럴 수 있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화가는 그날 하루 종일 온 정성을 다해 그 아기의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물론 오른쪽 눈을 그려 넣을 때는 특별히 긴장하며 진지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여인은 매우 좋아하며 그림을 가져가더니, 얼마 후 자기 집으로 화가를 초청했습니다. 화가가 3층 집을 방문했을 때, 좁은 거실의 한쪽 벽에는 자기가 그린 아기 그림이 소중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여인은 그 그림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화가 선생님, 저는 제 아가에게 꼭 이런 눈을 주고 싶어요, 아가가 조금 더 크면 제 눈을 이식해 줄 거예요, 그러면 우리 아가도 예쁜 눈을 가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한쪽 눈으로 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한쪽 눈으로 밥 먹고, 한쪽 눈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한쪽 눈으로 길을 걷지요, 그래도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 순간 비로소 화가는 그 여인이 그동안 한쪽 눈을 감고 다닌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엄마는 자신의 눈으로 아기의 희망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날 화가 선생님은 난생 처음으로 자기가 그린 인물화 한 장이 한 여인과 한 아기에게 진지한 희망을 주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