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호소문

한국교회가 <평등법: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

국회 일각에서 제정 시도중인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평등법)> 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금법)>은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권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니 일부 국민들은 오해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근현대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와 평등사회를 위해 앞장서 왔습니다. 노비제도, 조혼, 축첩 철폐에 앞장섰고, 6.25전쟁 이후에는 피난민과 고아를 돌보는데 헌신하였고, 절제운동과 여성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한국교회는 이 법에 반대하는 것이 앞서 대한민국 역사에 기여하였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법이 결코 차별을 극복하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도리어 국민 생활에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평등법과 차금법은 ‘모두를 위한 평등’이라는 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예측 불가능한 국민생활의 모든 사적 영역까지 국가가 개입하게 만들 위험이 매우 많습니다. 인간사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평등 개념으로 차별을 규정할 때는 다른 것을 다르다고 말하는 구별까지 차별로 오해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의 개념에서 벗어나 도리어 국민의 자유권(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한 ‘자유’와 ‘평등’은 서로 공존해야 합니다. 

둘째, 평등법과 차금법은 성별의 정의에서 ‘증거 기반’ 차원이 아닌 ‘사회 문화적 기반’ 차원으로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구분합니다. 현행 헌법은 성별에는 남성과 여성만이 포함되는 것을 이미 전제로 하기에 여성의 차별을 금지하고 여성의 복지와 권익을 옹호하며,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성별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이란 모호한 단어를 법제화함으로써 그 자체로 위헌적 요소를 포함합니다. 또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이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이기에 객관적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할 법이 개인의 주관적 성향에 좌우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서구 사회에서 경험한 바 다음 세대에게 악영향과 가정의 붕괴 및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 평등법과 차금법은 국가인권위원회로 하여금 중앙 행정기관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에게 이 법에 반하는 기존의 법령, 조례와 규칙, 각종 제도 및 정책을 조사 연구하여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기관이 헌법기관을 통제하는 법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국민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속에서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차별 여부 판단에 있어서 헌법상 기관이 아닌 법률상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모두 개입하여 초법적인 권위를 가지고 이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권력 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특정 기관의 권력 독점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법은 도덕과 윤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담을 수도 없고 담아서도 안됩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화’이라는 법언을 무시하고 법이 도덕 윤리적 판단의 영역을 덮으려고 시도한다면 결국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도덕과 윤리 그리고 종교가 설 곳이 없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법이 도덕과 종교를 짓누르면 사회는 더욱 황폐해지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의 구현’이라는 이상은 국민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고귀한 이상임에 틀림없지만 이 법들은 취지와 달리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많은 위험을 내포하기 있기에 한국교회는 강력히 반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