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가난하고 힘겨운 시절을 살아야 했기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우리의 할머니 스무 명이 느지막이 글과 그림을 배워 전시를 열고 책을 냈습니다.

‘순천의 소녀시대’라고 불리는 이 할머니들은 막내가 50대 후반, 맏언니는 아흔을 바라봅니다.

할머니들이 살아온 생을 모두 합하면 1,600년이 넘습니다.

일본군에게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친구 이야기, 전쟁 중에 피난 가다가 죽은 동생을 업고 온종일 걸었던 이야기,

구멍 뚫린 양말 사이로 보이는 하얀 엄지발가락이 멋져 보여서 결혼한 이야기,

영어를 배울 때 “안녕하세요, 선생님(티쳐)”을 “헬로,디져”라고 해서 웃음바다가 된 사연 등.

할머니들의 그림일기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이 묻어 있고, 세월이 스며 있고, 웃음과 눈물이 배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일기 책 제목이 참 철학적입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맞습니다.

할머니들은 글을 몰랐을 뿐 이생을 모른 건 아닙니다. 반대로 글은 잘 알아도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